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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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알고 있음에도 가장 숙고되지 못한 '십계'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

김진호 외 9인

펴낸날 : 2018년 1월 12일

페이지 : 256쪽
정  가 : 15,000원
펴낸곳 :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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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

성서가 법 속에 당대의 시대정신을 담아내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오늘의 시대정신을 담아 성서의 법들을 이해할 것인가 

개신교 신자든 가톨릭 신자든 혹은 비신자나 타종교인이든 십계명에 대해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많은 교회가 십계명 암기를 신자됨의 통과의례로 삼고 있고 많은 이가 십계를 익숙하게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그리스도인들조차 ‘십계’를 깊게 사유하고 성찰의 소재로 삼는 일은 매우 낯설다. 이 책은 십계에 대한 이런저런 오해와 해석을 뛰어넘고 오늘날 우리 사회의 맥락을 투과하여 십계를 새롭게 읽어보고자 한다. 이 책은 세 단체가 연합하여 열린 공동 강좌 ‘지금 여기로 걸어나온 십계’를 시작으로 기획되었다. 세 단체는 신앙인아카데미, 우리신학연구소(가톨릭),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기독교)인데, 개신교 단체와 가톨릭 단체가 함께하다보니 개신교와 가톨릭이 다루는 십계가 조금 다르다는 데서부터 논의는 시작되었다. 개신교와 동방정교의 십계명은 2계명으로 ‘우상 금령’을 넣었는데, 가톨릭에서는 이를 1계명인 ‘다른 신에 대한 신앙 금지’ 항목에 포함시켰다. 또한 개신교와 동방정교의 10계명은 ‘이웃에 대한 탐욕 금지’인데 가톨릭은 이를 두 개로 나누어 9계명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말 것’과 10계명 ‘남의 재물을 탐하지 말 것’으로 구분했다. 이 책에서는 가톨릭의 분류 방식을 따랐다.

오늘날 십계명을 새로 읽다 

십계를 접하기는 어렵지 않다. 영화 「십계」(1956)나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2014)처럼 십계를 소재로 한 영화도 많고, 이러한 영화가 나온다는 건 십계와 관련된 이야기가 여러 사람에게 흥미로운 소재로 다가왔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 탓인지 혹은 이미 대중에게 형성되어 있는 틀에 박힌 십계에 대한 이미지 때문인지, 십계는 홍해를 가르는 물길 이야기와 관련된 스펙터클한 스토리 이상을 끌어내지 못한다. 요컨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십계는 “가장 많이 알고 있음에도 가장 숙고되지 않고 성찰되지 않는” 대표적인 소재다. 이렇듯 십계를 단순한 흥미로운 스토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신앙적인 숙고와 성찰의 소재로 묻고자 할 때, 처음 고려했던 점은 그것이 성서 자체의 신앙 속에서 어떤 고민을 담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성서에서 십계가 등장하는 대표적인 두 텍스트(「출애굽기」 20장, 「신명기」 5장) 가운데 「신명기」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주님께서 이 언약을 우리 조상과 세우신 것이 아니라, 오늘 여기 살아 있는 우리 모두와 세우신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 당신들과 함께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말씀하셨습니다. _「신명기」 5장 3-4절 

여기서 그 대상은 ‘현재’의 주체들, 즉 “여기 살아 있는 우리 모두”다. 과거의 법이 아닌 현재의 법이다. 즉 법령 하나하나에 들어 있는 의미는 현재의 경험 속에서 재해석된 것이며, 현재를 살고 있는 이들을 성찰케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21세기 한국에서 우리는 십계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이 책에 담긴 각 계명에 대한 열 가지의 이야기는 그 결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도 각양각색이지만, 오늘 우리 시대의 맥락과 무관하게 경직된 의미로 해석되어온 교회의 십계 독법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우리 시대의 현실적인 고민거리들을 십계의 항목 하나하나와 새롭게 대면시켜 재해석하는 일, 그것이 바로 이 책 전체를 꿰뚫는 저자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역사로서의 십계를 넘어 “이스라엘아, 들어라. 우리 하나님이신 주님은 오직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뜻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여, 너의 하나님이신 주님을 사랑하여라.” _「마가복음」 12장 29-30절


1장 「‘신이 하나’라는 말에 대한 범재신론적 해석」에서는 1계명(“다른 신을 섬기지 못한다”)을 다룬다. 주님이 오직 한 분이라거나 신이 하나라는 말의 근본적인 의미는 단순한 숫자로서의 하나라는 것을 넘어 신이 철저한 헌신의 대상이어야 한다는 실천적 요청의 표현이다. 이 글에서는 많은 기독교인이 야훼/주님이 한 분이라는 말을 수량적으로만 이해하고 ‘하나’의 의미를 성찰하지 않으면서 잘못 생각하고 있는 1계명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신이 하나라는 말의 신학적 의미를 오늘날의 맥락에서 해석한다. 결국 ‘신이 하나’라는 말은 ‘전체’, 즉 신이 모든 곳에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의미를 잘 살린 신론이 ‘범재신론’은 다신론, 유일신론, 범신론, 무신론을 모두 포괄하고 넘어서는 개념으로, 유일신론의 폐기이자 재해석이고 동시에 완성이다.

2장 「신의 이름을 둘러싼 전통, 상상, 그리고 진실」은 2계명(“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을 데리다식 해체론적 독해 방법을 통해 해석한다. 이는 2계명을 교리적·교조적 음성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을 너희가 찾을 수 있어?”라는 의심의 해석학 내지는 틈과 균열의 존재론으로 신을 바라보려는 시도다.

3장 「체제의 분할 전략을 넘어서: 안식일 정신과 기본소득운동」은 3계명(“안식일을 거룩히 지내라”)을 다룬다. 인간의 쉼을 위한 안식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동의 경계를 살펴봐야 한다. 이 글에서는 안식일과 노동 문제를 오늘날 임금소득과 생활소득의 괴리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일각에서 제시되고 있는 ‘기본소득’과 연결 짓는다. 상처받은 마태복음 공동체가 자신들의 고통에 대한 성찰과 승화의 과정에서 나와 적을 가르지 않는 보편 윤리를 선택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우리 시대 빈곤의 현장과 연대하는 실천으로써 기본소득을 바라봐야 한다.

4장 「부모 공경의 계명과 아동 학대」는 4계명(“네 부모를 공경하라”)을 다루면서 부모 공경과 아동 학대를 연결시켜 이야기한다. 무조건 부모를 공경하라고 가르치는 교회의 계명이 과연 합당한가? 이 글에서는 부모로부터 폭력을 경험하는 아이들이 주일에 교회에 가서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느낄 공포를 중심으로, 계명을 듣는 ‘대상’을 새롭게 바라본다. 이때 오히려 교회는 부모 공경을 순종의 계명으로 가르침으로써 부모의 폭력을 정당화할 여지가 있다. 교회의 참역할은 무조건적으로 계명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 학대를 당한 아이들에 대한 치유다.

5장 「서바이벌의 체계를 척결하라: 사회적 타살로서의 자살에 대하여」는 5계명(“살인하지 말라”)을 다루며 살인 가운데 오늘날 가장 문제가 심각한 ‘자살’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스도교는 자살에 적대적이다. 자살은 살인에 포함되지 않았고, 자살 자체는 아주 잘못된 행위로 비판받았다. 하지만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한 요즘, 5계명이 의미하는 바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살을 부추기는 심각한 경제적 양극화, 이에 맞물린 서바이벌 사회와 그 사회가 초래한 절망 등이 만연한 상황에서 우리가 살인하지 말라는 신의 계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6장 「이성애 가부장제 없이는 불가능한 간음 제도」는 6계명이 과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려는 의도의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고대 사회에서 ‘간음하지 말라’의 대상은 여성에 한정되었다.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로 맘대로 다뤄질 수 있었다. 이러한 태도에서 벗어나 우리는 구조적으로 불평등한 후기자본주의, 이성애 가부장제, 남성 중심주의 사회에서 과연 결혼이란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7장 「도둑질하지 말라」에서 도둑질하지 말라는 계명의 청중은 사유재산이 있고, 법적·종교적으로 권리를 가진 성인 남성이다. ‘도둑질하다’로 번역되는 히브리어 ‘가나브’를 당대의 시대 상황을 반영하여 ‘유인하여 노예로 만들다’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7계명은 소규모 자영 농민들에 대한 지배 엘리트들의 전방위적인 수탈, 곧 토지 강탈에서 고리대를 통한 노예화로 이어지는 ‘인간 도둑질/도적질’ 금지를 위한 계명이다. 기원전 8세기 이스라엘에서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역시 언제나 야만적인 체제의 희생자는 가장 뒤처진 자들이다. 십계명이 본래의 취지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아래로부터의 사회 변혁 운동이 필수적으로 선행되거나 동반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8장 「살리는 말의 주인이 되라: 말이 말 같지 않은 시대의 말에 관하여」에서는 8계명(“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을 다룬다. 이 계명은 모든 형태의 거짓말을 금지하는 도덕주의적 선언이 아니라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는 말, 특히 고대 이스라엘 재판에서 상대를 억울하게 피해자로 만드는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는 명령이다. 즉 부와 권력을 독점한 이들에게 맞서 맨몸으로 대응하는 이들 편에 서서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법률의 역사화’를 시도한 것으로, 곧 ‘법의 말’을 통한 대중의 주체화 시도다. 이러한 법의 말을 넘어 참말이 일으키는 사건에 이르기 위해서는 타자의 말이 놓인 맥락 속으로, 우리가 함께 서 있는 자리로 용기 있게 걸어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6계명 “간음하지 말라”, 7계명 “도둑질하지 말라”, 9계명 “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10계명 “이웃의 소유를 탐하지 말라”의 네 가지 계명은 서로 같은 맥락에 있다. 이웃의 집, 소, 나귀, 남종, 여종 등을 넘어 아내까지도 남편의 소유로 보았던 가부장적 문화에서 만들어진 이 계명들을 오늘날 그대로 따르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어 보인다.

9장 「가부장제로부터 성과 사랑을 해방하라」에서는 9계명(“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을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계명은 있는데, 왜 ‘남의 남편’에 대한 계명은 없을까? 가부장제 문화였던 전통사회의 시대적 맥락을 고려해 이 계명을 새롭게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관점은 성서의 권위를 훼손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라 계시로서의 보편 복음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10장 「탐욕의 다수결인 시대, 우리 안의 탐욕」에서는 10계명(“이웃의 소유를 탐하지 말라”)을 통해 우리 안의 탐욕을 본다. 자본과 소비 욕망, 시장이 중심이 된 이래로 ‘지구 이웃’들은 풍요와 번영의 희생물이 되었다. 이는 이웃의 소유를 탐냄으로써 얻어진 풍요다. 서로의 관계에 생명을 부여하고 그 생명을 유지하는 것, 이러한 삶이 존재로 사는 방식이며 우리는 인간을 넘어 지구 모든 존재에게로 이러한 구조를 확정하는 지점에 있다.

차례

서론

1계명 다른 신을 섬기지 못한다 : '신이 하나'라는 말에 대한 범재신론적 해석 _ 이찬수

2계명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 : 신의 이름을 둘러싼 전통, 상상, 그리고 진실 _ 이상철

3계명 안식일을 거룩히 지내라 : 체제의 분할 전략을 넘어서, 안식일 정신과 기본소득운동 _ 유승태

4계명 네 부모를 공경하라 : 부모 공경의 계명와 아동 학대 _ 김희선

5계명 살인하지 말라 : 서바이벌의 체계를 척결하라, 사회적 타살로서의 자살에 관하여 _ 김진호

6계명 간음하지 말라 : 이성애 가부장제 없이는 불가능한 간음 제도 _ 김나미

7계명 도둑질하지 말라 : 악마는 뒤처진 자부터 잡는다 _ 정용택

8계명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 : 살리는 말의 주인이 되라, 말이 말 같지 않은 시대의 말에 관하여 _ 홍정호

9계명 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 가부장제로부터 성과 사랑을 해방하라 _ 백소영

10계명 이웃의 소유를 탐하지 말라 : 탐욕의 다수결이 시대, 우리 안의 탐욕 _ 이숙진

보론 역사로서의 십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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