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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에코 파시즘
  • 최형묵
    조회 수: 4506, 2003.11.17 19:39:59
  • 하일 '녹색' 히틀러?



    에코파시즘
    재닛 빌·피터 스토든마이어 지음, 김상영 옮김
    책으로만나는세상 펴냄·7500원


    “대다수의 생태운동가들은 자신들을 사회적으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태운동이면 어떤 것이든 다 진보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에코파시즘>은 바로 이런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지은이 재닛 빌과 피터 스토든마이어는 저명한 좌익 생태이론가 머리 북친이 세운 ‘사회생태학연구소’에서 활동하는 생태운동가다. 지은이들은 “생태계를 구하려는 모든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고 미리 밝힌다. 그러나 “우리는 왼쪽도 아니고 오른쪽도 아니며 다만 앞쪽(생태지향)일 뿐이다”라는 생태주의 슬로건은 정치적 반동의 수렁으로 떨어질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주장이라고 말한다. 지은이들은 생태사상의 발원지인 독일의 사례를 들어 그 역사와 현재를 살펴봄으로써 생태주의와 극우정치의 결합인 에코파시즘(생태파시즘)의 발흥에 둔감한 이들에게 경적을 울린다.

    생태주의는 모두 진보적인가 그 싹은 인종주의와 친했다
    현대 유기농 도입한건 나치였고 지금도 에코파시즘은 횡행한다

    이 책에 따르면, 생태주의는 그 기원에서부터 불길한 씨앗을 품고 있었다. ‘현대적인 생태학적 사유의 최초의 예’인 19세기 독일 학자 에른스트 모리츠 아른트와 그의 제자 빌헬름 하인리히 릴은 숲과 흙을 수탈하는 근대화를 비난하면서, 자연과 인간은 통일체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의 환경주의는 ‘외국인 혐오적 민족주의’의 자장 안에 있었다. 생태주의가 동트는 순간부터 ‘대지에 대한 사랑’과 ‘호전적인 인종주의’가 치명적으로 연계돼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뒤를 이어 ‘생태학’(에콜로지)이란 말을 창안한 동물학자 에른스트 헤켈은 생태주의적 전망을 순수독일주의적 전체주의와 결합시켰다. ‘환경적 순수성’과 ‘인종적 순수성’을 결합시킨 그는 “인종주의와 민족주의와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대표적인 이데올로그”가 됐다.

    더 극단적인 예는 히틀러의 민족사회주의(나치) 운동에서 등장했다. 반근대주의·자연신비주의·독일민족주의가 뒤엉킨 1920년대의 청년운동 ‘반데르푀겔’은 일종의 ‘우익 히피’였는데, 나치는 이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빨아들였다. 발터 다레, 알빈 자이페르트 등 나치의 이론가들은 생태적 건강을 인종적 건강과 결합시켰다. 이들은 아리안족의 순수한 피를 지키기 위해 유대인을 박멸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에서 자연환경을 파괴의 위협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나치는 세계 최초로 유기농법을 도입하고 당대에 가장 ‘진보적인’ 환경보호 법령을 만들었다. “이들에게 생태이념이야말로 인종적 원기 회복의 본질적 요소였다.”

    나치의 에코파시즘은 오늘날 다시 살아나 각종 극우정치운동에서 생태주의적 인종주의로 횡행하고 있다. 이를테면 루돌프 바로는 독일인을 민족적 수렁에서 끌어내 생태적 구원으로 이끌 ‘녹색 아돌프(히틀러)’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런 흐름은 미국에서도 보이는데, 생태주의 운동가이자 악명높은 백인 우월주의자 톰 메츠거는 자연훼손으로 삶의 터전을 위협받게 된 동물들과, 유색인들에게 포위된 백인들은 같은 처지라고 주장한다. 생태주의적 상상력이 인종주의적 상상력과 하나가 된 것이다.

    지은이들의 결론은 명확하다. 환경이라는 주제는 좌로부터도 우로부터도 동원될 수 있으며, 생태주의는 그 자체로 어떤 정치도 규정하지 않는다. 원론상 가장 훌륭한 정치적 실천도 범죄적인 만행에 악용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자연’ 개념은 사회적으로 생산된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생태신비주의는 극히 위험하다. 반동적 생태주의의 수렁에서 벗어나려면 환경파괴의 원인을 특정한 사회적 관계, 다시 말해 인간과 자연을 동시에 수탈하고 착취하는 폭력적 자본주의 체제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한겨레> 200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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