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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 <세계화의 원근법>
  • 최형묵
    조회 수: 4038, 2004.03.12 01:00:40
  • 復數 세계화 구조 분석…계급·지역적 변수 고려 안해

    본격서평 : 『세계화의 원근법』(강상중 외 지음, 임성모 외 옮김, 이산 刊, 256쪽)
    백승욱 (한신대)


    ▲동아시아 지역에 신민족주의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그림은 19세기 대표적 漫畵작가인 호쿠사이의 작품으로 일본의 정신을 표현한다('청명한 날의 휴지산', 오반 목판화, 료요 역사 미술 박물관, 브뤼셀). ⓒ

    백승욱 / 한신대·중국정치경제

    강상중과 요시미 슌야의 '세계화의 원근법'은 세계화 속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정치공간의 불안정성과 가능성을 추적하고 있다. 이들은 ‘시스템’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세계화를 위로부터 관철되는 일방적인 과정으로 이해하게 되는 위험성을 넘어서는 동시에 국민국가적 틀에 매몰돼 있는 시민사회론적 발상으로부터도 벗어나서 세계화의 변증법을 사고하려 하고 있다.


    ▲ ⓒ yes24

    이런 시각에서 이들은 대중의 탈정치화 아래에서 역설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정치적 공간과 새로운 정체성의 역사적 위상을 특히 전후 일본이라는 공간 속에서 설명하려 하고 있다. 이들의 새로운 접근법은 세가지 구도를 통해서 제시된다. 첫 번째는 문화의 정치학과 정치경제학의 대화를 통해 미시적 접근이나 거시적 접근 어느 한 쪽에 한정되지 않는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시민사회론적 발상을 벗어난 기획

    두 번째로 시간적 두께와 공간적 중층성을 통한 세계화의 원근법을 이해하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주의에서 국가주의로 전화해가는 전후 일본의 정치지형의 분석이나 도쿄라는 세계도시의 변화의 역사와 오키나와라는 변방이자 새로운 중심의 형성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이 분석을 통해 우리는 세계화의 원근법이 결코 단일의 것이 아니라 서로 상충되는 포섭과 저항을 담고 있는 복수의 것임을 발견하게 된다.

    세 번째로 세계화에 의한 공공공간의 구조적 변용과 새로운 공공공간의 창출 가능성을 추적하고 있는데, 특히 인종, 젠더, 계급적 차이의 초국경적인 다양한 실천의 공간이 발견된다. 이런 저자들의 노력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우리의 긴박한 질문들, 예를 들어 ‘다양한 형태의 자유주의는 전지구적으로 왜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가’, ‘일본의 신민족주의는 이례적인 현상일 뿐인가, 왜 대중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가’, ‘기존의 사회운동은 왜 위기에 봉착했는가’ 등에 대해 새로운 사고의 단초를 찾게된다.

    세계화의 논리라는 거시적 동학을 정체성의 변화 또는 주체화 방식의 변화라는 미시적 동학과 연결하려는 '세계화의 원근법'의 노력은 하트와 네그리의 '제국'의 시도를 연상케하는데, 이 책이 '제국'보다 더 강점을 지니는 것은 과도한 일반화보다는 신민족주의가 부상하고 있는 일본이라는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을 넘어서고 있는 오키나와라는 공간을 구체적 사례로 삼고있어서 훨씬 더 생생하고 살아있는 고민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들이 제시하는 세가지 접근법과 관련해 앞으로 더 논의할 필요가 있는 쟁점들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의 신민족주의적 기획, 어떻게 볼까

    첫번째로 문화의 정치학과 정치경제학의 대화에 대해서 살펴보자. 이 책의 주 논점은 세계화의 정치경제학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세계화가 문화의 정치학에 주는 영향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화는 국민국가적 통합력을 해체함에 따라 새로운 정체성의 공간이 등장하게 만드는 외적인 조건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렇게 될 때 두 가지가 분명치 않아지는데, 첫째는 세계화 자체의 ‘시스템’ 차원의 모순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나타나는 지역별 차이점은 없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세계화가 우리가 기존에 논의해 왔고 익숙한 것이라고 오해해 왔던 범주, 예를 들자면 계급적 차이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쟁점이지만 중요하게 언급되지 않고 있다. 일본 내에서 나타나는 불안정노동 확대의 성별/인종별 차이의 예만 들더라도 젠더와 인종의 문제는 새로운 정치 공간의 출현이라는 문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존 공간의 내적 구조를 전환시키는 문제로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 시간의 두께와 관련된 문제를 생각해 보자. 저자들이 강조하듯이 세계화는 최근에 처음 등장한 사건은 아니고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반에 걸쳐 유사한, 또는 더 광범한 형태로 등장한 전사가 있다. 우리는 이 때문에 항상 이 두 시기의 차이점에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다. 1930년대 파시즘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던 젠더와 인종의 초국경적 새로운 공간을 국민국가적인 동일성의 공간으로 봉쇄하는 과정에서 표출됐다. 1990년대 일본에서 이시하라 신타로로 대표되는 신민족주의가 등장해 신자유주의 추세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는 새로운 공공공간을 억압해 다시 단일성의 공공공간으로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할 때, 우리는 어떤 점에서 이 시도가 1930년대에 비해 훨씬 더 불안정한 기획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미국헤게모니 아래에서 일반화한 소비주의에 기반한 국민주의적 통합 기획, 달리 말하자면 발전주의 기획이 붕괴하고 있는 것, 그에 따라 시민사회적 기획 자체가 위기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 중요한 차이점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라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할 때, 이 지역에서 전반적으로 신민족주의적 기획이 광범하게 형성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어떤 역사적 시야 속에서 이해해야 할 것일까.

    공간자율성의 신화 남아있지 않나?

    세 번째로 새로운 공공공간의 창출 가능성의 문제를 살펴보자. 여기서 문제는 세계화가 가져온 전지구적 정치의 위기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정치적 실천들, 새로운 정치적 공간이 창출되고 있다는 시기적 동시성을 발견하는 것과 이들 새로운 실천들이 서로 교호하고 교통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는가가 전혀 별개의 것이라는 점이다. 새로운 정치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수평적 병렬을 넘어서는 수평적 연대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그 난점이 어디에 기원하는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저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공간’이라는 비유는 이와 관련해 다소 모호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에서 인종차, 성차, 계급차를 각기 중심으로 사고하는 운동은 전지구적 억압에 대한 저항이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한 차원에 속해 있지만 그 담론과 실천이 서로 교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 각 요소, 또는 각 공간은 상이한 구조를 갖고 각기 별개의 위상을 차지하게 되며, 담론 구조 또한 상이할 것이다. 각 요소와 운동들의 교통을 위해서는 각각의 담론과 실천의 내적 구조가 상호 연대와 교통 속에서 내부로부터 전화할 것이 필요할 것이다.

    오키나와의 경험은 이 교통의 훌륭한 시도로 보이며, 결코 연대가 없는 단일차원에서 문제의 형성과 극복이 불가능함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이 일본 전체로, 그리고 일본 바깥으로 확대될 때 공간들 사이의 상호침투와 내적 전화는 더욱 더 필요해 질 것으로 보인다. 저자들이 경계하고 있긴 하지만, 새로운 공공공간이 자율적인 공간처럼 상정되고 있는 공간 자율성의 신화가 남아있지는 않은가라는 쟁점이 여기서 제기될 수 있다. 인종이든 젠더이든 새로운 정체성을 등장시키는 공간은 그 자체로 지배적 이데올로기의 규정성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지는 못할 것이며, 그 지배와 저항의 변증법 속에서 새로운 이데올로기적 돌파와 전복의 가능성을 찾아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공간의 등장에 못지않게 그 공간들 내적 구조의 모순적 구성에 주목해 볼 필요성을 발견하게 된다.

    * 필자는 서울대에서 '중국의 '單位'체제와 국가의 노동력 관리방식의 변화'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월러스틴의 세계체제론의 번역과 관련논문, 중국의 사회체제 및 동아시아 체제변화에 관한 많은 논문을 발표해오고 있다. 저서로 '중국의 노동자와 노동 정책' 등이 있다.

    <교수신문> 20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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