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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문조사와 법정의 언어, 그 간격에 대하여--<종교와 종교자유에 관한 법학자 의견조사 보고서>(윤남진)에 대한 논평(김진호)
  • 제3시대
    조회 수: 4263, 2008.07.11 14:39:59
  •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심포지엄 <2008년 종교자유와 정교분리의 현 주소>에서 발표된 윤남진 'NGO 리서치' 소장의 <종교와 종교자유에 관한 법학자 의견조사 보고서>에 대한 논평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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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문조사와 법정의 언어, 그 간격에 대하여--<종교와 종교자유에 관한 법학자 의견조사 보고서>(윤남진)에 대한 논평


    이 설문조사의 특이성은 한국의 종교와 종교자유에 관한 문제를 ‘법학자’들에게 물었다는 데 있다. 그것은 1948년 이래 헌법적 규정으로 명문화되어 있는 종교의 자유에 관한 규정과 각종 하위법에 명시된 정교분리의 규정들이 특정 종교, 즉 기독교의 이해에 편향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 나아가 각 종교세력들의 기득권 집단의 자원할당구조(structure of resource allocation)를 정당화하는 제도적 보안 장치로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와 연관되어 있다. 법이란 형성 시기 이래 줄곧 법의 언어 수행성(preformativity)과 관련해서 특정한 이해관계를 위해 존재해왔음에도, ‘법 앞에서’, 법을 둘러싼 논쟁은 항상 공공성의 형식을 통해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법률가들의 일반적(비법정적) 논평은 종교와 종교자유에 관한 공공성 논쟁 지형에서 매우 유용한 위치를 갖는다.(법률가들의 공적 언술 자료는 다음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법정적 자료; 비법정적 자료. 전자에는 판례, 기소문, 변론문 등이 있고, 후자에는 강연문, 심포지엄 발표문, 설문응답자료 등이 있다.)
    실제로 이 설문조사는 종교적 신앙제도의 이러한 비공공적 성격에 대해 법률가들의 냉정한 비평이 숨김없이 드러나 있다. 가령, 종교인(성직자)의 신뢰도(4.7), 종교인(성직자)의 청빈성(4.3), 종교기관의 투명성(3.7) 지수가 평균을 밑돌고 있음에도 정치권력에 대한 영향력이 매우 높다(6.5)는 의견은 종교적 신앙제도가 사회적으로 공공성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런 점에서 법률가들은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 부과 문제, 종교재산에 대한 과세 문제, 종교재산의 사유화 규제 문제, 종교법인법 제정에 관한 문제 등에서 압도적으로 종교/종교인에 대한 사회적 특혜를 제한할 필요성에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또한 공공기관과 공직자의 특정 종교 편향성에 대해서도 압도적으로 비판적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이러한 명백한 경향성 아래서 법률가들의 종교적 배경을 분석한 것은 흥미롭다. 윤남진 소장이 논평한 것처럼 천주교와 불교 신앙을 가진 법률가와 개신교 신앙을 가진 법률가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개신교 신앙을 가진 법학자들이 거의 일관성 있게 종교적 특권에 대해 다소 혹은 상당히 덜 비판적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개신교계 법학자들이 사법(私法) 전공자가 훨씬 많다는 사실과도 다소 부합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은 의사를 표시하는 데 있어 원론적인 공공적 성격보다는 법률적 선례를 보다 우선시하는 성향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법과 개신교 신앙 사이의 친화성에 대해서는, 이 설문조사만으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그보다는 이러한 종단간 법률가들의 차이는 사법 전공이라는 요인과 개신교 신앙이라는 요인이 서로 상보작용을 한 결과라고 보는 게 현실적인 듯하다.
    그런데 이러한 종단간의 차이가 종교와 종교자유에 관한 법률 적용상의 직접적인 문제 개선의 관점에서 얼마나 유의미한 변수가 될지에 대해서 나는 회의적이다.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바 강의석씨 관련 의견에서 나의 회의적 시각이 유추될 수 있다.
    설문은 흥미롭게도 강의석씨 사건의 1심 판결문(강의석 부분승소)과 2심판결문(패소) 요약문에 대한 법학자들의 견해를 서술형식으로 묻고 있다. 그 결론을 단순화하면, 8.0% 대 82.6%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1심판결에 대한 지지가 나타났다. 1:10의 비율이다. 이에 의하면, 2심의 판사들은, 강의석씨의 입장에선 매우 운이 나쁘게도, 법률가들의 1/10의 극소수 견해를 가진 이들이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게 아니라면 법학자들과 판사들의 견해의 차이가 대단히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물론 이 두 가정은 그리 큰 변수로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설문조사와 법정 사이(비법정적 행위와 법정적 행위 혹은 법률 전문직 종사자의 일반적 행위와 전문적 행위 사이)의 차이라고 보는 게 가장 개연성 있다. 요컨대 법원에서 전개되는 법률을 둘러싼 언어 수행적 효과와 설문조사에서의 법률적인 언어 수행의 효과가 이런 차이를 노정했을 가능성이 가장 결정적이라는 것이다.(언어수행성은 언어의 내용의 의미 층위보다는 현장적 층위, 실행의 층위를 강조하는 표현으로, 언어 내용 층위가 담고 있는 담론의 효과보다는 소통의 문화적 층위, 즉 현장의 소통에 관한 문화, 권력관계 등이 만들어내는 담론효과를 주목한다.)
    카프카의 󰡔심판󰡕의 말미에 나오는 ‘문지기와 농부’에 관한 신부(神父)의 우화에 관한 자끄 데리다의 해석은, 법실증주의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한스 켈젠(Hans Kelsen) 식의 자기 완성적인 순수한 법체계처럼 법은 (역사・사회・문화적 요인 같은) 외부의 맥락적 요소로부터 철저히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그때 그 시공간의 법정적 언어 수행의 효과라는 것이다. 이는,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보와 인적, 물적 자원을 더 많이 점유한 집단이나 개인에게 유리하게 법의 판결이 작동할 가능성, 그럼에도 그 임의적인 판결이 무시간적이고 보편적인 위상을 지니는 것인 양 그 담론적 효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요컨대 보다 원론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담론 수행의 장인 설문조사와는 달리, 법정이라는 법적 담론 수행의 장은 현실적인 관계의 비대칭성에 보다 깊게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법정의 판결은 설문조사와는 전혀 다를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하며, 또 이런 요소는 법률가 개개인의 신앙의 차이가 법정에서의 언어 수행적 차이에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밖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언급하고자 한다.
    나는 법학자들의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의 종교와 종교자유에 관한 의제 및 여론 형성에 유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지만, 구체적인 법정에서의 판결의 문제에는 아주 간접적인 영향밖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하여 원론과 당위론에 의거한 법 이해나 종교 이해는 실제적인 변화를 추동하는 데 매우 제한적인 효력밖에 지니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이 점을 특히 언급하는 것은, 모든 것을 원론과 당위론에 소급하여 해석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지성주의적인 태도를 문제제기하고자 함이다. 법정에서의 구체적인 판결들의 경우들처럼, 실제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갈등은 원론과 당위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인 담론 전략들이 충돌하고 제휴하며 그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다양한 요인들이 개입해 들어와서 각 요소들의 비대칭적인 접속을 통해서 조정되고 제도화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개 사건에 대한 원론과 당위뿐만 아니라, 전문가적인 섬세한 연구와 담론적 개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즉 일반론적, 비법정적 담론이 비전문적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구체적이고 특화된 전문 현장으로서의 법정에 대한, 법정에서의 소통 양식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는 것이다.) 물론 나의 이 지적은 이 설문조사와 분석에 대한 적확한 문제제기가 아니다. 그보다는 이 설문조사를 소비하는 우리의 태도가 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문제제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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